이란 사태 제대로 보자 - 이란의 간략 현대사

1. 이란 사태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고 결과를 알 수가 없습니다. 사실 이란 사태를 놓고 우리나라에 대입하는 분들도 있던데, 이란에 비하면 아직 우리나라는 양반이죠. 어쨋건 그 와중에 현직인 아마디네자드가 반미, 반이스라엘의 대표주자이고 반대파가 친서방 개혁파로 알려지다보니, 그리고 서방 언론들이 시위대를 지지하다보니 무사비가 미국의 사주를 받았다느니, CIA의 음모라느니 하는 얘기들이 보이는데 답답해서 몇자 적습니다

2. 현재 진행중인 이란 사태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란의 현대사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상당히 이슬람 문명과 안친하기 때문에 "이란이나 이라크나 쌤쌤"이라고 생각하는데, 전혀 아닙니다. 이란과 아랍은 문화도 다르고, 역사도 다르고, 인종도 다르고, 언어도 다릅니다. (직접 만나본 경험인데.. 이란사람들 아랍애들 진짜 무시하고 싫어합니다) 종교도 같은 이슬람교라지만 아랍권은 수니파이고 이란은 시아파로 다릅니다.

3. 오스만 제국이 아랍을 평정했을 때도, 이란은 페르시아의 역사와 전통아래 독립국이었습니다. 물론 19세기 후반에는 러시아-영국에 많이 휘둘렸지요. 그러다가 20세기 초 레자 샤가 팔레비왕조를 개국했습니다. 근데 얘는 나치 빠돌이였던지라, 연합국의 승리가 확실해지면서 영국, 러시아의 압력으로 쫓겨났습니다.

4. 2차대전 후 모사데그(Mohammad Mossadegh)란 훌륭한 민족주의자가 이란의 총리가 됩니다. 아시다시피 이란에도 꽤 많은 석유가 있는데, 그간 석유 채굴권은 영국회사들이 갖고있었습니다. 그러나 모사데그는 이란의 석유는 이란의 것이라면서 국유화를 해버립니다. 근데 이것도 강제로 뺏은 것이 아니고 돈주고 산 것이니 딴나라에 비하면 꽤나 신사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영국 정부는 석유가 너무나 아까워서 미국에게 땡깡을 부리게되고.. 미국은 1953년 CIA의 에이잭스 작전(Opertaion Ajax)을 통해 이란 정부를 전복시키고 자기 끄나풀인 팔레비 왕(레자샤 아들)을 권좌에 복귀시켜줍니다. 웃긴 일은 이후 이란의 석유개발권은 미국이 독식하는데, 영국은 결국 죽써서 개준 꼴만 되었지요

5. 팔레비 왕의 독재가 한창이던 시절, 민족자립과 반서구적 이슬람 근본주의를 내세운 반대세력이 점차 세력을 얻게됩니다. 그 구심점이 아야톨라 호메이니 입니다. 결국 79년 호메이니의 테이프로 촉발된 이란 이슬람 혁명은 팔레비 왕을 쫓아내고, 이슬람 공화국의 시대가 열립니다. 이때 미국 대사관 습격이 유명했습니다. 여기서도 우스운 일은 (정확히 확인된 것은 아니나) 호메이니가 영국과 매우 친했고, 사실상 프랑스는 호메이니의 집권을 도왔다는 것입니다.

(이란혁명의 상징, 구미국대사관 앞.. 이란 사람은 개혁파건 보수파건 대개 미국과 이스라엘은 무지 싫어함)


6. 혁명 다음해에 이란-이라크 전쟁이 벌어지는데, 여기서 미국이 사담 후세인을 지원했지요(뭐 사실 이란에도 무기는 팔았어요.. 원래 레이건이 꼴X이라.. 이란-콘트라 스캔들) 이 8년전쟁 당시의 총리가 지금 개혁파라는 무사비이고, 대통령이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입니다. 그러니까 원래 이슬람 혁명 동지 출신이지요.

6. 이란 혁명의 지도자 호메이니의 사망이후 하메네이가 지도자가 되었고, 그 아래서 대통령은 라프산자니와 하타미였습니다. 이게 2005년까지였지요. 혁명 이후 30년간, 계속 이란은 미국의 경제봉쇄를 받아왔지만 나름 튼튼한 경제를 구축해왔습니다. 이런 이란의 저력때문에 이란을 미국 최대의 적이라고 하고, 미국이 함부로 행동하지 못하는 것이겠죠. 그러다가 2005년 테헤란 시장 출신의 변방 정치인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에 당선됩니다. 아마디네자드는 강경보수, 반미-반이스라엘정책, 이슬람원리주의로의 회귀를 내세워 당선되었는데 하메네이가 매우 좋아한다고 합니다

7. 그리고 지금이 된 것인데.. 그러면 소위 "이란 개혁파"라는 사람들의 성격에 대해 보겠습니다. 주요 지도자는 무사비 전 총리(80년~88년),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89년~97년), 하타미 전 대통령(97년~05년)인데.. 전부 이슬람 혁명 동지들입니다. 이들이 친미파라는 말은 웃어넘길 수밖에 없는 것이, 지금 미국과 이스라엘이 가장 기겁을 하는 이란의 핵프로그램은 하타미 전 대통령 시절에 본격 궤도에 오른 것입니다. 10년도 안된 사이에 핵을 만들던 사람이 미국 끄나풀로 둔갑하는군요..

8. 그러면 이들이 왜 개혁파라 불리는가?? 상대적으로 아마디네자드와 알리 하메네이의 정책이 너무나 극 보수적으로 흐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혁명에서 30년이 지난 지금 시대가 많이 변했으니 과도한 이슬람 원리주의를 다소 완화할 필요가 있다, 서방 여러 나라들과 지속적인 적대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여러가지로 안좋으니 관계 완화를 모색할 때도 되었다, 남녀차별쫌 없애자, 민주정부세우자 정도의 이야기를 하는 것입니다. 사실 민간인인 제가 실제로 에이잭스 작전때처럼 CIA의 뒷공작이 있었는지 알 수야 없지만.. 여러 제반사정을 볼 때 말도안되는 억측으로 보입니다

9. 진짜 이번선거가 부정선거인가?? 그건 저도 당연히 모릅니다.. 다만 이란에 3월에 갔다왔으니 만난 사람들 얘기를 쫌 해보면, 어디가나 아마디네자드에 대한 욕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물론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들 이야기니 일반화하기는 약간 어렵습니다만.. 그래도 이슬람 혁명에 참가했었다는 50대 이상분들도 현 정부를 진짜 싫어하는데(그들은 물론 반미, 반이스라엘입니다 ㅋㅋ) 66%대 30%라는 비율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보입니다..

이란에서 왜 그럼 현정부가 인기가 안좋은가?? 사람들 얘기는 간단합니다. 너무 억압적인 독재정권에 대한 실증과 열악한 경제사정때문입니다. 이란에서는 여자는 무조건 차도르를 써야하고 안쓰면 범죄자로 잡혀갑니다. 여자가 축구장에 가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입니다. 03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에바디 씨(이사람도 개혁파)는 항상 이란의 열악한 여성인권에 문제제기를 해왔습니다(하지만 이사람이 친미파인 것은 절대 아닙니다 ㅋㅋ). 이란 여름에 40도가 넘는데 반팔, 반바지는 상상도 못합니다. 술도 안팔아서 직접 만들어 먹어야 됩니다. 하지만 일본 야동은 다 퍼져서 죄다 핸드폰에 하나씩 저장해놓고 다니면서 "넌 아시아에서 왔는데 왜 하나도 없냐"고 물어보는 애들입니다 ㅡㅡ; 이런 사회 괴리적 현상이 있으니 정부를 싫어할 수밖에요

또한 이란의 경제사정 문제.. 물론 제일원인은 미국의 경제봉쇄입니다. 하지만 그게 하루이틀도 아니고 30년이나 된 일인데, 요 4년새 극심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면 문제가 있는 일입니다. 이란에서 만난 영어선생님 겸 버스기사 말씀에 따르면 (저야 사실 잘 모르니)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이 된 후 중동지역에서 이란 패권주의를 추구하느라 돈을 여기저기 뿌리고 다녀서 국민들 생활이 완전 망가졌고, 대부분이 투잡생활을 하게되었다.. 그래서 나도 버스기사 일을 해야 살 수 있다"고 했습니다. 아무튼 30년 경제봉쇄에도 이란의 경제수준은 중동 전 지역에서 가장 건전했었는데(카타르, 바레인, 쿠웨이트 같은 애들 빼고) 요사이 급속도로 나빠진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 원인이 어디에 있던 현 정부에 대한 불만이 늘어나는 것은 사실인 듯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2005년보다 득표차가 더 났으니 부정선거 의혹이 나오는 것은 당연지사입니다. 200만명이 시위에 가담했다는데 30%라니요...

(호메이니랑 하메네이.. 더워죽겠는데 차도르를 써야하는 이란 여성)



10. 현재의 이란혁명을 우크라이나의 오렌지 혁명(이것은 미국지원이 있었다는 것이 정설이죠)같은 것으로 치부하는 얘기가 있는데, 제가보기엔 뻘소립니다. 이란의 반미 국민정서가 어떤지 잘 몰라서 하는 말씀이신듯(위에서 보았듯이 미국이 이란에 저지른 만행들을 생각하면 씹어먹어도 시원찮을걸요) 지금 혁명은 일반적으로 말하는 진보 개혁파의 급진혁명이라기 보다는, 이슬람 원리주의를 유지하는 한도에서 점진적 개혁을 요구하는 정도로 보입니다. 일단 라프산자니 씨가 이란 최고 성직자 중에 한명이거든요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 전 동의할 수 없습니다. 이스라엘이 저지른 만행을 생각하면 없어져야 세계 평화에 도움이 될 나라라고 생각하지만, 공개석상에서 "이스라엘은 홀로코스트 덕에 생긴 나라"라고 말하는 아마디네자드도 싫어요. 이 말은 다소 완화되었긴 해도 사실상 홀로코스트 부정론자들이나 하는 말이죠. 하메네이가 있는 한, 제2의 이란혁명은 힘들어 보입니다만, 이란이 자주적인 민주국가 건설에 성공하길 바랍니다.

by 았아 | 2009/06/22 00:21 | 잡설 | 트랙백(3) | 핑백(1) | 덧글(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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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살의 여대생이 진압하던 민병대가 쏜 총에 맞아 죽어가는 동영상이 유포되면서 이란사태에 대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번 일의 시작은 이러했다. 6월 12일 대통령선거가 실시 되었고, 아미디네자드가 당선되어 13일부터 개혁파 저항시위가 시작된 것이다. 이들은 대선에서 낙석한 개혁파 무사비 전 총리의 지지자로 이번.....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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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행인1 at 2009/06/22 09:18
한가지 신기한게 아마디네자드는 혁명이래 처음으로 나타난 비성직자(라기 보단 율법학자?) 출신 대통령이라는군요. 호메네이가 성직자 아닌 사람은 대통령 시키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다는데...

그나저나 혁명동지들간의 의견대립은 어느 혁명이나 거치는 필연인가 봅니다.
Commented by 았아 at 2009/06/22 12:26
그놈의 분열땜에.. ㅋㅋ
Commented at 2009/06/22 10:5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았아 at 2009/06/22 12:26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언럭키즈 at 2009/06/22 12:11
이란의 역사에 대해선 아는 거라곤 '페르세폴리스'에서 나오는 파편적인 이야기 뿐 이었는데, 이 글을 보니 좀 더 이해에 도움이 되는군요.
Commented by 았아 at 2009/06/22 12:27
이상하게 우리는 이슬람 역사에 대해 익숙하지 않아서요..
Commented by 말코비치 at 2009/06/22 16:40
모르긴 해도 이슬람 역사보다는 유대인 역사에 더 친숙해 있는 것은 아닌지...(교회의 영향?)
Commented by 았아 at 2009/06/23 03:54
그럴지도요.. 저도 그렇고 더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Commented by yuja at 2009/06/22 19:28
링크 추가했습니다- 요새 관심있게 보고 있는 뉴스에요.
Commented by 았아 at 2009/06/23 02:50
반갑습니다^^
Commented by 엠펙 at 2009/06/22 23:58
중간중간 눈에 띄는 링크, Tracked from 이명박 대통령과 즐거운 2009년 맞이하세요. 덜덜덜.
Commented by 았아 at 2009/06/23 02:50
비꼰건데요 뭐 ㅋㅋㅋㅋ
Commented by 말코비치 at 2009/06/23 16:40
제 블로그입니다 오타 지적을 많이 받아요 ㅠㅠ 그렇다고 '일부러 쓴 오타입니다'라고 하는건 좀 웃기고..
Commented by 았아 at 2009/06/24 00:33
센스좋으셔요 ㅋㅋ 부럽;
Commented by 궁시렁 at 2009/06/23 06:50
이번 이란 일에 대한 뉴스를 하나도 접하지 못해서 어떤 사정이 있었던 건지 궁금했는데, 깔끔하게 정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ㅅㅅ
Commented by 바이올렛 at 2009/06/23 10:37
저도 대략의 뉴스들만 봐서 정확히 어떤 사정인지 몰랐었는데.
이렇게 정리해주셔서 자세히 알고 갑니다. 감사합니다^^담아갑니다^^
Commented by 검투사 at 2009/06/24 13:03
http://opencast.naver.com/SP260/70 에 소개합니다. +_+/
Commented by 았아 at 2009/06/25 01:43
감사합니다 -ㅅ-
Commented by 푸른초원 at 2009/06/24 16:32
잘 읽고 갑니다
근데 정말 일본 야동을 휴대폰에 저장해봐요?? 에구,,
꽤 재밌는 현상이네요 ㅋㅋㅋ
이란 갔다온 친구가 이란에 가니 이영애 사진이랑 ,광고 동영상 다운받아 다니는 사람들 있더라더니,,,^^
Commented by 았아 at 2009/06/25 01:43
장금이는 한물갔고.. 요샌 주몽이 대세에요 ㅋ
Commented by 꿀꿀이 at 2009/06/24 18:28
좋은 설명 감사합니다. 이란 사태, 이란 사태라고 뉴스에는 나오면서도 이런 자세한 배경 설명은 다큐멘터리는 커녕 (뭐 언론에 기대한 것도 아니지만) 검색해도 잘 안나오네요 ㅠ.ㅠ

호메이니가 민족주의자로 반미에 철저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최근 30년간 그렇게 집권해오고 있었다는 건 전혀몰랐네요. 다른 중동권에 비해서 잘사는 나라로 알려져 있었으니 그냥 천천히 개방하겠지... 여성들 차도르 뒤집어 씌우는 것도 서서히 풀리겠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렇게 만만한 일이 아니군요 (하긴 세대가 바뀌려면 100년은 지나야 하니 ㅠ.ㅠ)

담아갑니다~ ^^ 퍼가도 되죠?
Commented by 았아 at 2009/06/25 01:44
네^^ 호메이니는 20년전에 죽었구요.. 지금은 2대지도자 하메네이에요.. 이란에서 호메이니는 지금도 국부죠
Commented by 꿀꿀이 at 2009/06/25 09:00
아 호메이니의 집권이 아니라 호메이니 스타일의 '반미세력' 의 집권이네요 ^^;
암튼 명박이 때문에 우리 나라 앞가림에 바빠서 다른 나라 일은 신경도 못쓰고 있었는데 ㅠ.ㅠ 나름 민주주의 애환을 겪고 있는데 은근히 언론이 잘 안 알려주고 있다는~ 네이버 블로그로 퍼갑니다 ^^
Commented by 았아 at 2009/06/25 14:54
네^^ 우리나라가 사실 위상이나 국력에 비해 국제문제에 관심이 많이 없긴 하죠 ㅠㅠ
Commented by 이디 at 2009/08/10 14:22
아...감사합니다..^^
이런 글 올려주셔서 하고 있던 조사가 급! 쉬워지는!!! 듯한 느낌이랄까요.
정확하게 감을 잡았네요.
퍼가도 될까요?^^
Commented by 았아 at 2009/08/19 17:12
네 ^^ 맘대로 가져다 쓰세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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