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등록번호제도 아무 문제도 없을까?
1. 리서치를 하다보면 간혹 무식함에 깜놀할 때가 있는데, 이번엔 주민등록번호에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저도 전혀 모르고 있었고, 한번쯤은 많이들 생각해봤으면 좋을거 같아서 부랴부랴 글을 씁니다.

2. 주민등록번호는 생년월일-7자리로 이루어지는 개인식별표지입니다. 뒤의 7자리는 어떤 공식인지 정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지만 첫번째 자리는 남(1)/녀(2)이고 두번째 자리는 지역(가령 서울은 0, 경기도는 2)이라는 것 정도는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어쨋거나 이렇게 모든 국민에 관한 데이터베이스가 같은 개인식별번호를 사용하여 구축되고 그 번호를 통해 다른 데이터베이스와 연결되어 각 개인의 신상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경우를 표준통일식별번호(universal identification number)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3. 우리나라를 포함해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벨기에, 핀란드 등이 표준통일식별번호를 도입하고 있답니다. 반면 영국, 캐나다, 뉴질랜드, 호주 등의 국가에서는 주거등록제도는 물론이고 국가신분증제도와 개인식별번호를 두고 있지 않습니다. 특히 호주와 뉴질랜드에서는 1985년 정부가 세금포탈과 세금기피에 대한 처리, 복지행정에서의 부정부패 방지, 불법이민자 확산 방지 등을 이유로 도입하려고 했던 국가신분증제도가 2년에 걸친 시민저항운동으로 철회되었다고 합니다. 포르투갈은 헌법 제35조 제3항에서 국민식별번호를 부여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한편 독일, 미국, 프랑스 등은 고유식별번호는 아니지만 개인을 식별하기 위한 일련번호는 두고 있습니다. 영연방 국가의 경우는 일단 우리의 케이스와 너무 다르니 독일, 미국, 프랑스 등지에서 어떻게 제도를 운영하는 지를 살펴봐야 겠지요.

4. 독일의 경우 1971년 연방차원에서 개인식별번호를 도입하고 연방주거등록청의 설립 및 연방과 주 사이의 주거등록전산망을 서로 연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안이 의회에 상정되었으나, 이러한 개인식별번호가 헌법상 보장되는 개인의 인격권을 근본적으로 위협한다는 비난이 쏟아져 법률안은 부결된 바 있습니다. 다만 신분확인용으로 플라스틱으로 만든 신분증을 개개인에게 발행해 주고 있습니다.

5. 프랑스의 경우는 1986년 보수정권의 비호 아래 신분증이 발급되었습니다. 그러나 신분증명법에 의하면 신분기록을 사용하도록 허용하는 규정이 다른 법률들에 존재하지 않는 한 이 기록은 어떤 개인을 찾기 위해 사용될 수 없습니다. 또한 일련번호는 사람에게 부여되는 것이 아니라 신분증에 부여되는 것으로 새로운 신분증을 발급할 때마다 새로운 번호가 부여된다고 합니다.

6. 별로 이런 문제에 있어 우리나라보다 나을 것 같지 않은 일본은 어떨까요. 일본에서도 국민에 대한 개인식별번호제와 국가신분증제도는 채택하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99년 주민기본대장법이 개정되어 개인은 무작위로 작성된 10단위의 숫자와 1단위의 검사숫자로 조합된 11단위의 고유번호로 구성된 주민표코드를 부여받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주민표코드가 기재된 데이터베이스는 제3자 제공이나 목적외의 이용을 예정하고 있는 경우 그 구축이 제한되고 있습니다.

7. 미국의 경우야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우리에게 익숙한 사회보장번호(social security number)제도가 존재합니다. 우리의 민번처럼 미국인이 태어날 때 부여받는 번호지요. 하지만 미국에서는 인터넷 사이트를 가입할 때 본인확인한답시고 사회보장번호를 입력하라고 하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입니다. 사회보장번호는 가장 중요한 개인정보로 간주되어 우리나라처럼 동네방네에서 신분확인한답시고 사용하는 그런 번호가 아닙니다.

8. 세상 천지에 우리나라같은 주민등록번호제도를 두고 있는 나라는 잘 없지요. 그나마 미국이 비슷한 제도를 갖고 있을 뿐, 그외 다른 나라들은 아예 이런 제도 자체를 두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더군요. 그렇다고 번호 자체를 없애자는 것은 아니고, 그냥 우리나라에서는 개인정보문제가 너무 쉽게쉽게 다루어지는 것이 아닌가 해서 말입니다. 그리고 줄기차게 제기되는 문제지만 민증에 지문찍어서 다니게 하는 나라는 정말 우리나라밖에 없을걸요.

9. 위에서 예를 든 나라들이 다 우리나라보다 잘사는 나라라고 하니까, 한가지만 더 덧붙이겠습니다. "임의적인 장래사용을 위해 특별한 목적 없이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처리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고 무제한적인 이용을 위한 일반적이고 획일적인 개인식별표지의 도입은 헌법에 위반된다"라고 헝가리 헌법재판소가 판시한 바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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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았아 | 2009/09/26 02:49 |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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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9/10/01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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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았아 at 2009/10/02 15:36
ㅋㅋ 원래 공공기관 아닌데서 그러면 안되는 거라던데;; 내말은 우리나라처럼 인터넷에서 뭐 할때마다 본인확인한다고 번호 쓰라고 그러지 않는다고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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