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형을 선고하는게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음주강간과 처벌의 형평성

본문 내용이랑은 크게 상관없지만, 파렴치범이나 흉악범죄가 나타날 때마다 반복되는 이야기라 간단히 몇 자 적어보려고 한다. 요는 ㅅㅂ같은 연쇄 강간범이나 아동성폭행범들은 다 죽여버려야 되는데 왜 겨우 징역 12년이냐에 대한 이야기다. (개인적으로 사형제도 반대하지만 그건 여기서는 논외로 하고)

간단히 말하면 사람의 생명이 가장 소중하기 때문이다. 절도범과 강도범은 도둑질이라는 점에서 똑같지만 둘 사이에는 엄청난 형량의 차이가 있다. 강도범의 경우에는 피해자의 생명이나 신체에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현저히 높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강도범을 무겁게 처벌하니까 어찌어찌하다가 도둑질을 하는 경우에는 웬만하면 절도만 하라는 이야기다.

강간, 특히 그 중에서도 문제가 되는 파렴치한 연쇄강간범이나 아동상습강간의 경우에도 같다. 분명 이것은 용서할 수 없는 범죄행위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를 극형으로 다스린다면? 강간해도 사형이고, 강간+강도해도 사형이고, 연쇄아동강간을 해도 사형이고 전부 극형에 처한다면? 그러면 무서워서 범죄를 하지 않겠느냐고 이야기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난다. 흉악범죄의 경우 대개 자신은 절대 걸려서 처벌받지 않으리라고 생각하고, 이 경우 가장 손쉬운 방법은 증거를 인멸하는 것이다. 그렇다. 그냥 죽여서 암매장해버리면 된다.

범죄에 따른 형량의 차이에는 분명히 이러한 형사정책적 고려가 숨어있다. 무조건 중형을 선고한다면 범죄가 줄어들 가능성도 있지만, 역으로 중범죄-특히 증거인멸 목적의 살인-가 늘어날 가능성이 더 크다.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니까. 감정적으로는 동의하기 어렵지만, 현행 제도는 나름 오랜 역사속에서 쌓인 형사정책적 연구의 결과물이다. 작은 범죄에 대해 중형을 선고하는 것은 2000년 전의 법에서 자주 나타나던 것이니까.

p.s. 그래도 정말 15년을 법정 최고형(가중하면 25년)으로 해놓은 우리 형법은 쫌 문제가 있긴하다.  

p.s2 사형제를 비롯해서 각종 강력한 범죄대책은 흉악범을 억제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인데, 그런 흉악범죄가 한건 터질 때마다 존치론이 힘을 얻는 기묘한 동거구조를 취하고 있다. 실제 현존 제도가 잘 작동해서 흉악범죄가 사라진다면 제도의 존립근거가 위태로워지는 이상한 구조. 과거 남북정부가 서로의 존재를 부정하면서도 또 그 존립을 위해 서로를 필요로했던 동거구조와 비슷하달까.

p.s3 짜증나는 피해자드립 관련 재미난 일화 하나. 피해자학의 연구가 한창인 미쿡에서 있었던 사건이다. 이번 일과 같이 사회적 공분을 살만한 범죄행위를 저지른 범죄자 법정에 섰다. 오랜 공판 끝에 피해자의 법정진술은 이제 용서하겠으니 사형시키지 말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정의감에 불타는 우리 배심원과 법관여러분은 피해자의 진술을 깔끔히 무시하고 사형을 내렸으니. 이게 피해자학인가 아니면 그냥 맹목적인 분노인가.

p.s4 여러분이 원하는대로 여아 2명을 강제추행, 살해하고 이를 은폐하기 위하여 사체를 토막내어 유기한 피고인에 대하여 사형을 선고한 판결(대법원 2009.2.26. 선고 2008도9867 판결) 안타까운 얘기지만 더 심한 사건 많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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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았아 | 2009/09/27 22:49 |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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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ipSum at 2009/09/27 23:15
하지만 여기 교육과정 중에
동굴성모님을 섬기는 무속인이 신도인 어떤 아주머니를 노예처럼 부리다가
점점 뜻같지 않아지자 마찬가지로 신도였던, 그 아주머니의 어머니와 남동생을 시켜서 그 아주머니를 때려 죽이게 한 사건이 있었는데...

결국 실제 사건에서 그 무속인이 받은 형은 징역 5년인가 7년인가 그랬어-_-;

이건 진짜 좀 아닌 것 같더라고

좀 너무 짧긴해...아직 내가 감이 없어선가-_;;;
Commented by 았아 at 2009/09/28 00:19
그건 쫌 그렇네요 -_-;; 정확한 사실관계는 잘 모르겠지만.... 근데 갇혀있는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15년이 짧은건 절대 아니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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